제도 전후 약국의료비 14배 급증..."선택분업으로 바꿔야"
김양균 경희대 의료경영학 교수는 4일 이재선 국회 보건복지위원장 주최로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'의약분업제도의 평가 및 개선방안 정책토론회'에서 "약제비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의약분업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"고 주장했다.
김 교수가 공개한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05∼2009년까지 5년 동안 의약분업 적용지역과 예외지역을 구분해 처방건당 약품목수를 살펴본 결과, 분업지역은 3.58% 줄어든데 비해 예외지역은 13.95% 감소했다. 같은 기간 동안 항생제 처방률도 의약분업 적용지역에서는 10.33%, 예외지역에서는 16.11%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.
분업 예외 지역에서 약품목수와 항생제 처방률이 더 감소했다는 사실은 의약분업 제도가 의약품 오남용 억제 효과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. 김 교수는 "의료기술의 발전과 항생제 부작용에 대한 홍보 및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감시 기능 강화 등 다른 요인 때문"이라고 분석했다.
반면 의약분업이 의약품 오남용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이에 의료비 증가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국민의 부담을 크게 높였다는 지적이다. 김 교수에 따르면 지난해 총의료비(급여비+법정 본인부담금)는 43조 6570억원으로 의약분업 도입 시점인 2000년에 비해 약 170%나 증가했다는 것. 특히 약국의료비는 2010년 11조 4000억원으로서 요양기관 종별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.
김 교수는 "약제비 요소인 조제행위급여비와 약품비 모두 매년 평균물가상승률을 상회하는 10%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"며 "의약분업제도 개선을 통해 비용을 낮춰야 한다"고 주장했다.
또 한국병원경영연구원이 지난해 7월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, "국민의 73%가 의료기관에서 의약품 조제를 받기 원한다"며 '선택분업'으로의 전환을 제안했다.
특히 윤 위원은 "약국 조제료가 분업 당시 3800억원에서 10년 뒤 2조6000억원으로 무려 6.7배나 증가했다"며 "조제료에 대한 전반적인 재평가가 필요하다"고 밝혔다.
이 같은 의료계의 의약분업제도 평가에 대해 약계는 전혀 다른 시각을 나타냈다.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신현택 숙명여대 약학대학 교수는 "보험재정 지출 증가의 원인은 병원급여비 증가 때문"이라고 말했다.
신 교수에 따르면 2001년과 2009년 사이의 요양급여의 점유비 증가율을 비교하면 약국이 1.06인데 비해 병원 2.03으로 큰 차이를 나타냈다. 신 교수는 수가 점유비율 역시 병원 2.60, 약국 0.73으로 격차가 커 보험재정 지출 증가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이다.
신 교수는 "포괄수가제도(DRG)와 의료기관평가제도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비용효과성을 보장해야 한다"며 "처방전 리필제도 도입과 약사의 대체조제 확대도 필요하다"고 밝혔다.
토론자로 나선 신광식 대한약사회 보험이사는 "약제비가 늘어난 가장 큰 이유는 (의사가 처방한)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 때문"이라며 "의료계가 진정으로 약제비 증가를 우려한다면 성분명처방제도 도입에 찬성해야 할 것"이라고 주장했다.
한편 이날 토론회에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, 최경희 한나라당 의원,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 등 국회의원과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장, 김정곤 대한한의사협회장 등 의료인단체장들이 대거 참석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.